2011년 2월 23일 수요일

게임 음악 걸작선: 바이오쇼크 OST


게임 음악 걸작선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음악은 일인칭 슈터(FPS)의 전설 [바이오쇼크(BioShock)] OST입니다.
[바이오쇼크]는 2007년 게임계에 등장하자마자 많은 사람들로부터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랐죠. 기본적으로 훌륭한 게임이긴 했지만, 이 게임의 큰 성공에는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던 음악의 공도 컸습니다. 게임 도처에 깔려 있는 1940~50년대의 재즈 음악 뿐만 아니라 [바이오쇼크]를 위해 작곡된 OST가 큰 몫을 했죠. 쇠락해 가는 수중도시의 장대하고도 음험한 모습을 잘 표현해 냈거든요.


[바이오쇼크]의 OST는 개리 슈만(Garry Schyman)이라는 사람이 맡았습니다. 개리 슈만은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인데요. 12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는 대학 졸업 후 TV와 영화, 게임 등 다방면에 걸쳐 여러 음악 작품을 남겼는데 큰 유명세를 얻지는 못 했습니다. 그가 대성공을 거두며 유명해진 것은 [바이오쇼크]의 OST를 만들고서부터입니다. 이 작품으로 개리 슈만은 각종 게임 시상식의 음악 부문을 휩쓸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죠.
개리 슈만의 [바이오쇼크] OST 중 주목할 만한 곡은 주제곡인 [그의 어깨 위의 대양(The Ocean on his Shoulders)]과 피아노 연주곡인 [코헨의 걸작(Cohen's masterpiece)]입니다. 아래에 두 음악을 첨부했으니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는 OST 그대로이고, 두 번째는 [코헨의 걸작]을 유튜브의 한 팬이 직접 연주한 것입니다.
한편, 개리 슈만은 유튜브에서 이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맷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Where the Hell is Matt?)]의 배경음악인 [프란(Praan)]의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이 곡으로 2008년 헐리웃 뮤직 어워즈의 '최고 뮤직 비디오 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EA의 액션 게임 [단테스 인페르노(Dante's Inferno)]의 OST를 맡기도 했는데요. 게임팬으로서는 무엇보다도 그가 다시 맡은 [바이오쇼크]의 속편 [바이오쇼크 2]에서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참 기대가 됩니다.

게임음악, 웅장하게 화려하게유명 작곡가ㆍ오케스트라 참여 '블록버스터급' 진화…

■ 2010 게임음악회케빈 리플은 `기어즈 오브 워',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 등 해외 유명 게임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갱스 오브 뉴욕', `레지던트 이블' 등 영화와 TV 부문에서도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음악 연주는 `미션 임파서블', `인크레더블'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음악 제작에 참여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헐리우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게임 속에 삽입되는 전자음 수준의 효과음에 불과하던 게임음악들이 날로 진화하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심어주고 있다. 게임 제작기술이 발달하며 그래픽 퀄리티가 고도화돼 이용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처럼, 음악의 수준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유명 작곡가가 게임속에 삽입되는 OST를 음반으로 발매하고 연주회를 개최할 만큼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 스토리와 그래픽 구현, 게임음악의 조화는 게임을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기 충분하다는 평까지 얻게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게임 음악의 질적 도약을 이끈 첫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연말 공개서비스에 발맞춰 선보인 아이온의 음악작업은 작곡가 양방언의 진두지휘로 진행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해리포터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런던 애비로드(Abbey Road Studio) 스튜디오에서 73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유수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글, 영문 주제곡에 가수 요조(Yozoh)가 참가하기도 했다. 헐리우드의 영화음악들이 큰 스케일과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강조한데 비해 동양적 매력을 표현하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음악으로 제작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5월 중 업데이트된 아이온 2.0 `용계진격'에 발맞춰 새로운 버전의 OST `아트레이아의 서'도 선보였다. 총 18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온 사운드팀과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만들어졌다.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가수 수전 보일, 폴 포츠, Ne-Yo, 영화 `일루셔니스트', `체이싱 리버티', 게임 `갓오브워2', `헤일로 워즈'의 음악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전자악기를 최소화하고, 멜로디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선율로 표현해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아 완성도를 높였다.

NHN이 선보일 기대작 `테라'의 음악 작업에는 일렉트로닉 아츠, 블리자드 등 세계적인 게임사들과 음악작업을 진행해 정상급 프로덕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소나 이클립스'의 이논 주르(Inon Zur), 로드 애버네티(Rod Abernethy), 크리스 벨라스코(Cris Velasco) 등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이논 주르는 `에버퀘스트 2', `드래곤 에이지', `페르시아의 왕자' 등의 게임을, 로드 애버네티는 `알파 프로토콜', `다크사이더스', `데드 스페이스' 등을, 크리스 벨라스코는 `갓오브워' 시리즈, `헬게이트' 등 다양한 게임의 음악을 작곡한 바 있다. 특히, 이논 주르는 게임음악 뿐 아니라 `아이언맨',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매트릭스' 등의 영화를 통해서도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한빛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삼국지천'의 배경음악(OST) 오케스트라 버전도 눈길을 모은다. 삼국지천의 배경음악은 해외 교향악단인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96년에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114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삼국지천 배경음악 녹음에 참여, 총 12곡을 녹음했다. 이들은 영화 `나비효과', `과속스캔들' 등 국내외 영화음악과 애니메이션 `스타워즈-클론전쟁', `월령공주' 배경음악에 참여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녹음은 프라하 현지의 스메키 스튜디오'에서 총 70여명의 단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해당 스튜디오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배경음악을 비롯한 다수의 곡들의 제작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깊은 음색과 웅장한 전장의 기운을 담았다. 삼국지천 배경음악은 T3 엔터테인먼트 사운드팀 소속 총 5명의 국내 작곡가들이 참여해, 국내 작곡가들의 곡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향악단의 만남이란 점에서도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11일 공개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인 웹젠의 총싸움 게임 `배터리'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음악을 총괄한 이동준 감독이 담당한다. 이동준 감독은 지난 1991년 대한민국 무용제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음악계에 등장, 이후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음악을 총괄하면서 한국 영화 음악계의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와 선율을 배터리 곳곳에서 녹여내어 한층 높은 게임성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의 개발 총괄을 맡은 박정석 PD는 "총싸움 게임 특유의 긴박한 분위기와 웅장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게임 음악을 위해 전문 음악 감독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세계의 거장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이동준 감독과의 작업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으며, 게임에서도 완성도 높은 결과를 얻었다" 면서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웹젠은 이에 앞서 `헉슬리'의 제작을 진행하며 유명 작곡가 케빈 리플(Kevin Riepl)과 손잡고 해당 게임의 음악을 제작해 관심을 모았다.
케빈 리플은 `기어즈 오브 워',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 등 해외 유명 게임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갱스 오브 뉴욕', `레지던트 이블' 등 영화와 TV 부문에서도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음악 연주는 `미션 임파서블', `인크레더블'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음악 제작에 참여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헐리우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침체된 한국 게임음악, 개혁이 필요하다”

<DJMAX>시리즈로 유명한 펜타비전의 류휘만 음악감독이 국내 게임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게임시장의 규모로 보면 전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아직도 한국의 게임 사운드는 해외 유명 작곡가의 이름만을 내세우고 있다. <라그나로크 2>의 칸노 요코나 <아이온>의 양방언 등이 대표적이다. 류휘만 감독의 불만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는 이처럼 해외 작곡가의 이름을 빌려야 하는 이유를 미디어와 장르의 차이에서 찾았다.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SF와 판타지라는 상상의 세계를 자주 다룬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에서는 효과음이나 음악도 현실에는 없는 것들을 만들어 채워 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이 진행된다.

게임 사운드 역시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므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익힌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대부분은 사극이나 드라마 등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인 효과음이나 음악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자연히 효과음과 음악도 현실에 있는 것만 다루게 된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쌓아 올린 노하우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적으로 게임 사운드를 담당해 온 사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 중 대부분이 상용 라이브러리의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류휘만 감독은 미국은 80% 이상, 일본도 70% 이상이 자체 사운드를 사용하는데 국내의 자체 사운드는 10% 이하라고 밝혔다.

그나마 자체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는 게임도 외국의 유명 작곡가 이름만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게임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발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 국내 아티스트에 대한 발굴이 이어져야

류휘만 감독은 글로벌 마케팅의 시대에서 게임 사운드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진국으로 갈수록 게임 사운드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짙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게임 사운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국내 게임 사운드의 발전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발굴이다. 실력 있는 뮤지션에게 꾸준히 제작을 의뢰하고 프로모션을 맡김으로써 지속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다. 특히 류 감독은 저작권적인 계약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내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게임음악의 저작권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대부분 저작권을 제작자가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저작권은 개발사가, 판권은 게임회사가 가지면 사용이나 응용에도 문제가 없고 아티스트의 권리나 유명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게임 이외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게임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류 감독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게임이나 영화음악, 대중음악의 구분이 호모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게임음악의 활용이 결과적으로는 게임음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사운드 파트의 연봉은 매우 적고 대우도 향상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고 게임 사운드가 충분한 결과를 낸 이후의 이야기라며 게임 사운드에 대한 투자가 무조건적인 연봉향상으로 그치는 것을 경계했다.



■ 최고의 게임 사운드는 멜로디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최고의 게임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류휘만 감독은 멜로디를 첫 번째로 뽑았다. 그가 최고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게임 사운드는 80~90년대의 8비트 게임기 시절의 사운드다.

80~90년대에는 거의 모든 게임이 게임기 내부에 내장된 전자음원만 활용할 수 있었다. 음색의 제약이 많은 만큼 멜로디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그 결과 단조로워도 마음을 끄는 게임 사운드가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류 감독의 주장이다.

이후 플레이백 방식이 사용되면서 게임기 내부의 효과음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게임음악가가 아닌 사람들도 게임 사운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색이 다양해지면서 멜로디의 중요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편곡실력과 음질, 게임과의 동화, 퀄리티를 지키는 것 등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며 이보다는 사운드 자체의 재미, 즉 멜로디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시리즈 등에서 반복되는 멜로디들을 예로 든 류휘만 감독은 좋은 게임사운드 하나는 유저들을 더욱 게임 세계에 몰입시키고, 사운드 하나로 게임을 떠올리게 되는 기억의 각인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