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7일 목요일

팜콤에 대한 추억 - PC98시리즈, 고전 미소녀 게임의 시대

팜콤...

 이 말을 처음 본 게 90년+- 즈음 국내에도 발매되기 시작했던 게임 잡지들에서였다.
 게임월드, 게임뉴스, 게임챔프 등등,
기존의 PC잡지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하는 게임 잡지들의 출간은
그 자체로 색다른 정보들을 전달해 주었다.




 [ 게임 캡쳐 화면의 저작권은 실키즈에 있습니다 ]
 거기서 바로 이런 게임들을 다룰 때 나오는 말이 팜콤이었다.
물론, 이 유교위선국가에서 저런 게임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건 아니었고,
그냥 다른 이야기 나올때 껴서 나온다던가 하는 식이었지만 말이다. ^^



 당연하지만,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오류가 장난이 아니었다.
 영어나 일어 능력자 부재로 인하여, 게임 스토리나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고
무작정 깨는 방법(공략법)만 기계적으로 스크린샷과 함께 내놓는 공략도 흔했고,
아예 엉뚱한 인물 이름(ex - 게임돌이)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번 얘기한 기갑 블랙 같은 사례가 일상다반사...

 지금이야 뭐 각종 언어 능력자...정도가 아니라, 전문 번역인도 울고 갈 실력의 사람들이
어디서나 넘쳐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일본어를 예로 들면 오십음도를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을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상황이었으니...

 암튼 그런 게임 잡지에서 일본의 미소녀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게 일본의 컴퓨터 얘기였는데,
PC88, PC98시리즈로 이들을 팜콤이라고 칭했다.
 팜콤... 이게 무슨 뜻이며 왜 이렇게 붙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서 완벽한 실수이자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퍼스널 컴퓨터라고 한다.
영어로 쓰자면 Personal Computer가 되겠다.
일본은 지금도 그렇지만 말을 축약하고 장난 치는데는 이골이 난 세상이었지만,
퍼스널에서 퍼스를 따고, 컴퓨터에서 컴을 따서 퍼스컴...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건지는 모르겠다.
(알파벳에서 따서 그냥 PC로도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 퍼스컴을 일본식으로 말한다면 파소콘...이 되고,
이를 일본어로 표기한다면 [파소코응]이다.
자, 이 단어가 지금 얘기의 핵심이다.
소와 응은 히라가나로는 완벽하게 구별이 될 수 밖에 없을만큼 안 비슷하지만,
카타가나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이 폰트에서도 보다시피 구별이 잘 안 가도록 되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최초에 소와 응을 제대로 구분 못 한 누군가가 파소콘에서 소를 응으로 보고는
파소콘을 파응코응으로 착각해서 팜콤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 말이 아무런 의심이나 검증 없이 그냥 퍼지게 된 것이다.
 단지 한글자 차이인데 말이다. ^^


 암튼 그래서 나조차도 실제로 일본의 PC책이나 게임책을 보기 전까지는,
암 생각없이 팜콤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간만에 옛날 미소녀 게임 캡쳐들을 보다 보니,
이 팜콤의 추억이 생각이 났다. ^^



(...소드를 응드로 표기 안 한게 다행? ^^;;;)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 추억의 게임 - 천사의 시 2

천사의 시 2...  소시적에 게임기용 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를 수가 없는 전설적인 게임이다.
 나는 이 게임을 발매 당시에 플레이하지 못 했고, 이후로도 제대로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내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게임이기도 하다.



 
(이 일러스트는 사실 천사의 시 2의 정식 일러스트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발매 당시에 사용된 일러스트가 아니라,
게임의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유우키 노부테루-로도스도전기,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등이 유명-가
나중에 발매한 일러스트집의 표지로, 천사의 시 2의 리아나와 크레아의 모습이다.
 내게 천사의 시 2 게임CD나 관련 책자가 없는 관계로 올려볼만한 이미지는 이것뿐이라... ^^)




 케알과 크레아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지상에 대한 심판을 막은 뒤 100년이 흘렀다.
 친구인 페이트와 시온은 우연히 기억을 잃은 소녀, 리아나를 구하지만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다크교와 부딪히며 다크교도인 시온은 이들과 갈라서게 된다.
그러나, 시온이 갈라선 진짜 이유는 연정을 품게 된 리아나가 페이트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루키펠의 세포를 이용하려는 다크교의 교주 미리암의 음모에 맞서게 된 페이트 일행은
리아나가 지상에 심판의 불을 내릴 사명을 갖고 온 천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루시펠의 저주로 불사의 저주에 걸린 채 백년을 살아온 케알의 도움을 얻어 루키펠의 세포를 없애 간다.
 루키펠의 세포를 모두 처리한 후 케알은 저주가 풀려 풍화되어 사라져 가며 크레아와 백년만에 만나게 되고,
페이트 일행은 라미암을 저지해 이 땅에 닥쳐올 심판을 막으려고 한다...




 천사의 시2는 1993년 3월 26일 즈음에 발매되었다고(내 기억이 아님) 하는데,
일본 텔리네트의 RIOT에서 만들어낸 게임이다
(일본 텔리네트 일가의 복잡한 족보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많으니 생략...)

 이 시절 즈음...은 메가드라이브-PC엔진-슈퍼패미콤의 3대 기종이 황금분할로 경쟁하던
전설의 시대였다. 그중에서 PC엔진은 Hu-Card를 넘어 CD-rom을 달고선
딸리는 스펙을 CD-rom으로 만회하며 당당히 자신들의 왕국을 세웠는데...
(PC엔진은 위 기종 중에서 성능 면에서 가장 떨어진다. 심지어 휴카드라는 매체는
기본적으로 저장이 안 되는 지라, 이 휴카드로 나온 RPG게임의 경우 세이브를 하면
패스워드를 받아 적어야 하고 이걸 나중에 그대로 입력해야 전에 하던 부분에서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보통의 액션 게임에서의 패스워드야 그림 3개 맞추기나
알파벳 몇개 정도지만 RPG 정도가 되면 차원이 달랐다. 의미 없는 가나를 수십개나
맞춰야 하는 경우도... 촉음 같은거 헷갈리거나 비슷한 글자 헷갈리면 죽는 거다. -.-;;;)

 PC엔진은 CD-rom의 고용량을 바탕으로, 다른 기종들과 차별화시킨 부분이 AV적인 측면이다.
게임 배경 음악을 CD 오디오 트랙으로 하거나 대량의 음성 삽입, 대량의 비쥬얼 씬 등등
그 덕분에 아무래도 미소녀들이 나오는 게임이 많았고 18금 적인 장면들도 많아서
더욱 더 매니아적인 지지를 얻었는데...

 이 PC엔진 게임 중 전설적인 게임들은 대부분 RPG인데, 이들이 RPG로서 어떤 확실한 장점이나
개성이 있어서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게임기 성능이 워낙에 딸리기 때문에
(16비트 게임기라는 메가 드라이브와 슈퍼패미콤과 달리 PC엔진은 8비트)
색다른 시도를 하기가 어려웠고 덕분에 시스템이나 진행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면서
그냥 배경 그래픽들이 다른 정도의 비슷비슷한 RPG들이 많았다(이는 다른 게임기의 RPG에도
해당되는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PC엔진의 RPG들이 가장 구태의연했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아예 없애 버릴 정도로 강력한 장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위에서부터 말한 대용량을
활용한 특성들이다. 게임기 자체의 사운드 성능과 CD트랙은 경쟁 자체가 불합리한 수준이었으니,
PC엔진 게임들을 추억하며 아름다운 BGM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음성과 비쥬얼... 이들이 얽혀서 스토리를 펼쳐주니, 게임에 대한 몰입도나
게이머가 가지는 감동은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PC엔진의 RPG게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지도를 가진 게임이 바로 천사의 시 시리즈다.
천사의 시 1과 2는 음악의 유사함이나 스토리적인 연계 등 직접적으로 연결 고리가 강한 작품이면서
또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다르기 때문에 연결되는듯 하면서도 서로 독립적인 성격도 강했다.

 비극적인 결말의 1탄에서 백년의 시간이 흐른 후 펼쳐지는 2탄...
 결국 1탄의 결말마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며 천사의 시란 거대한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
(이후 발매된 외전 등은 무시...)

 발매된 당시에는 이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가 없었다. 당시 게임기+소프트 가격들은 정말로
꺽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데다가 PC엔진의 경우 게임기 자체의 가격도 대단해서
Duo라는 녀석은 50만원 정도나 했다.
거의 20여년 전에 저 가격이면... 그야말로 덜덜덜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궁핍한 나에게는 그저 환상의 아이템일뿐...


 그래서 이때 나오던 수많은 명작 RPG 게임들을 내가 즐길 방법은 오로지 게임잡지 뿐이었다.
 당시 여러 게임 잡지들이 나오던 시절인데, 게임월드니 게임챔프니 하던 비교적 오래 나오던
잡지들 말고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게 잠깐 나오던 것들도 많았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잡지 중 하나가 특히 PC엔진 게임들의 분석을 잘(?) 했다.
 스토리의 자세한 설명은 물론, 게임 내의 장면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그런 스토리에
몰입감을 주는 능력이 뛰어났던 잡지인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T T
 암튼 그런 잡지에 나온 게임 공략을 보면서 나는 나만의 플레이를 즐겼다.

 그중에서 이 천사의 시2는 단연 매력적이었는데, 분석만 보고서도 뭉클할 정도의 스토리에
PC엔진 게임다운 비쥬얼 화면 등은 단순히 분석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명작을 즐기는 듯 했다.

 미칠 듯한 플레이 욕구는 현실의 벽 앞에서 속으로 삼키고 삼킬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MP3란 것의 등장으로 이 게임의 그 유명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멍~때리는 기분이었다. 과연 사람들이 왜 이 게임의 음악을 손꼽는지
알것 같다랄까. 분석에서 본 내용과 장면들에 그 음악까지 더해지니 크아~


 그리고 멀고먼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 PC엔진 게임들도 에뮬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려고만 마음 먹으면 천사의 시 2를 에뮬로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에뮬 구동에 필요한 이미지를 구하든 게임 소프트를 구하든 간에
PC엔진 게임기 없이도 에뮬로 플레이가 손쉽게 가능해졌다는 야그...)
 하지만, 난 계속 강렬한 유혹에 끌리면서도 손을 뻗어 게임을 시도하지 못 하고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작금의 시대는 플레이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이 보통인데다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 난이도의 하락을 막기 위해 더욱 더 복잡한 요소들을 삽입하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서 고전을 접할 때 과연 어떤 느낌을 얻을 수 있을까?
 고전도 고전 나름이긴 하다. 제 아무리 그래픽 등 기본 환경이 떨어져 보인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플레이 해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임도 있는가 하면,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플레이가 힘들 수준의 게임도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천사의 시는
후자에 속할 것 같다는게 문제다.
 예를 들어 슈퍼로봇대전... 고전부터 즐겨와 현재의 시리즈까지 즐긴 사람이라고 해도,
추억의 3차 로봇대전을 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반격도 원하는대로 지정할 수 없는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너무나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RPG도 그렇다. FF시리즈는 지금에 와서 다시 해도 충분히 재미있다.
스퀘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초기의 시험적인 작품들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 스퀘어의 RPG는 해당 게임기의
동시대를 앞서가는 작품들이었다. 구태의연한 RPG들과는 차별화된 특징들을 들고 나오며
사용자 편의도 계속적으로 높여 가는...)
 이 천사의 시 2는 그 옛날 즐겁게 즐긴 사람들조차 게임성이란 측면에서는 좋은 평을
안 하는 게임이다. 시기적으로도 비쥬얼에 집중해서 별반 특징들도 없는 RPG들이
CD-rom의 힘과 스토리의 힘으로 밀고 나오던 때이기도 하다.
 그런 시절의 게임을 지금에 와서 즐긴다는건... 정말 힘들다.

 비교적 최근부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고전이란 괴작이 아니라 명작이라고 해도
즐기기 어렵다. 지금에 와서는 기본적인 부분이 그 당시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경우가 많았으니
게임들이 정말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옛날부터 즐겨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고전을 즐기기란 만만치 않다. 정말 괜찮은 게임들은
나름의 게임성과 매력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이런걸 어떻게 즐겼지...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이 천사의 시 2를 즐긴다는건 참으로 크나큰 모험이 되겠다.
 이 게임은 정말 미치도록 플레이 해 보고 싶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게임잡지를 죽어라 읽으며 즐겼던 나만의 추억...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즐겨도 스토리와 음악 등 게임의 장점이 단점을 깔아 뭉갤 가능성도 있긴 하겠지만,
위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소중하다면 소중하고 절실하다면 절실한 그 추억을 날려버릴 것인가 재확인할 것인가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유혹도 강렬하지만 부담감도 그 이상으로 강렬해서 참 어렵다.

 그런 갈등을 뒤로 하고 게임CD라도 구입해 볼까...했지만,
매물 찾기도 어렵고 이베이 등에서 나오는 엄청난 가격에 다시 한번 좌절... T T




 지금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참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지금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인지 날이 갈수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때 당시에도 그다지 꿈과 희망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참 암울한 삶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년, 20년 뒤에는 또 지금을 그때보다는 나았다며 자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걸 상상하니
더욱 더 암울해 진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드래곤 매거진과
유우키 노부테루 (結城信輝)에 있습니다 ]

추억을 즐겁게 즐기게 해 준 리메이크 작품들 - FF3 FF4 DQ4 DS

 얼마전 간만에 본 아는 사람이 덥석 안겨 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DS용 게임 몇개였다.
 같은 올드팬을 위해서 근래 발매된 스퀘어에닉스의 리메이크작 게임들을 즐겨 보라는 거였다.
 그렇게 하게 된 게임들이 FF3, DQ4, FF4...


 나왔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들었었지만, 게임에 신경 쓸 형편이 아닌지라 그런가보다...만
하고 있었는데, 암튼 지인 덕분에 추억의 게임들의 리메이크작을 즐길 수 있었다.
 각 작품마다 여러가지 장단점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참 즐거웠다.
 기억 속의 추억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요즘의 기준으로 봐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들은 그냥 헤벌레... ^^


 FF3와 DQ4는 패미컴 즉, FC 시절에 나온 게임이고,
FF4는 슈퍼패미컴 즉, SFC 시절에 나온 게임이다.
 단, FF3와 DQ4는 해당 하드웨어의 끝물 즈음에서 나온 지라 나름대로 해당 하드웨어의
한계에 도달한 작품들이었지만, FF4는 SFC의 초기에 나온 지라 SFC의 기본(?) 성능에도
못 미칠 정도의 작품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발매일을 기준으로 할 때의 얘기다. FF4가 나올 즈음의 SFC 게임들은
SFC에 어울리기는커녕 그냥 FC는 아니잖아...하는 수준이 보통이었으니까. FF4는 당시의
그런 수준에 비해서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정말 간만에 즐겨본 추억의 게임들은 말할 수 없는 감회에 젖게 했는데...
 거의 20여 년만에 다시 즐겨 보는 거니 말 다한 거다. FF5, FF6는 SFC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던
시기였던지라 지금 기준에서도 다시 즐겨볼만하기에 그동안 여러번 다시 즐겼지만,
SFC 초기의 게임들이나 FC 게임은 그러지 못 했다. 게다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플레이어의 편의가 실종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과거의 게임일수록 불친절하고 난이도가 높다.
특별하게 나쁜 게임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 자체가 그때는 그랬으니까...) 게임을 하는데
짜증도 좀 나고 일단 보기에도 팍 딸려 보이는 것도 있고...
 그래서 즐기기 어려웠던 작품을 요즘 기준에 맞춘 리메이크로 다시 즐길 수 있다니! ^^




[ 이미지 출처는 스퀘어에닉스 홈페이지이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스퀘어에닉스에 있습니다 ]

 원작은 파이날 판타지라는 이름을 실제로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랄 수 있겠다.
 FC의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 받는 화려한 그래픽은 이후 언제나 동시대 다른 게임들을
앞서 가는 FF의 전통의 시작일까나? ^^
 죠브 체인지(직업의 영어인 Job을 일본식으로 읽어서 죠브, 그리고 이걸 그대로
사용하던 한국... ^^;;;)라는 놀라운 시스템으로도, 그리고 세이브 포인트가 없는 막판
라스트 던젼의 악명으로도 유명했던 작품이었는데... 리메이크 소감은?

-2D -> 3D로 변경된 아쉬운 그래픽
 던젼, 월드맵, 마을 등등 모든 부분에서 3D 형태의 그래픽을 갖추고 있으며,
캐릭터들도 3D로 디자인되어 있다.
 전투에서 인물들의 그래픽은 나름대로 괜찮지만... 문제(?)는 맵에서의 3D다.
 캐릭터 크기가 너무 깨알 같아서 불편해 보이기도 하는 데다가, 3D면서 시점 변환이나 회전 기능이
없는 것도 불편한데 거기다가 고의적으로 찾기 어렵게 만든 것 같은 출구 등은 회전 기능도
없이 돌파하기는 영 짜증나는 경우도 속출...
 숨겨진 보물이나 문을 찾는 화면 확대 기능은 뭐하러 넣었는지 모르겠다.
깨진 폴리곤이 나올 뿐인데... -.-;;;
 암튼 2D->3D(겉보기 뿐이지만)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는 그닥 장점이 없다.

-썰렁한 듀얼 스크린
 모처럼 NDS로 리메이크 되었음에도, 인간적으로 듀얼 스크린 활용을 너무 안 한다.
 월드맵에서는 상단 스크린에 전체 지도를 표시해 주지만 그것뿐이다.
 던젼에서는 상단 스크린은 아예 놀고 있고, 심지어 전투씬에서도 놀고 있다.

-아쉬운 클리어 보너스
 이번 리메이크작들은 모두 클리어 후 추가 요소가 존재한다.
 스토리상 추가되는 부분을 즐긴다던가(DQ4), 새로운 강적들은 만날 수 있다던가(FF3, 4).
 그중에서 아예 할 생각도 안 한게 바로 이 FF3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클리어만 하면 되는 다름 게임들과 달리(물론,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FF4의 경우 라스트 보스에게서 특정 아이템을 훔쳐야 한다) FF3는 편지를 몇통
주고 받아야 하는 조건이 있기에... 이거 부탁하기 귀찮아서 그냥 때려쳤다. ^^;;;

-개성이 부여된 주인공들
 원래 FF3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모두 같은 그래픽이었다. 그러니, 당연하지만
인물들 간의 독립된 이야기나 처지 같은건 알 수가 없이 그냥 진행해야 했다.
설정상 그냥 모험에 휘말리게 된 4명의 소년들...이었던가? ^^
 그에 반해 이번 리메이크는... 각각의 캐릭터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 각각의 캐릭터가 스토리와 연계되는 부분을 보여 주며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
 심지어 전투 종료 후의 그래픽을 봐도 인물 별로 개성적인 자세를 취한다. ^^

-추억에 충실한 것인가, 어둠의 구름!
 라스트 보스인 어둠의 구름이 어렵고 쉽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FF3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명성
중 하나는 대단한 악명인데, 그게 바로 라스트 던젼의 난이도다.
 라스트 던젼답게 제법 힘 좀 쓰는 적들이 줄줄 나오는데, 문제는 라스트 던젼에 돌입한 후로는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는 거! 한마디로 라스트 던젼 들어가면 끝까지 깨야 한다는 것이고,
중간에 죽기라도 하면 그짓을 다시 해야 한다는 거...
 통상 라스트 보스를 처음 시도에 물리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걸 생각하면,
라스트 보스에게 깨지면 그 던젼을 다시 처음부터 달려가야 한다는 거...
 그래서 악명이 높았는데, 그걸 그대로 재현했다. 이것도 추억이라며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짜증 그 자체... 추억도 추억 나름이지! -.-;;;




 FF3와 마찬가지로 FC로 나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이 DQ4였다.
 FF시리즈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 했듯이, DQ시리즈 역시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했는데,
그런 변화의 정점에 있었던 게 이 DQ4가 아니었나 싶다.
 이유는 역시 章으로 구분된 시나리오에 있다고 보이는데, 기본 시리즈를 복습하는 듯한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하며 이후 章을 거듭하며 스케일이 커지고 결국 그 章을 거치며
그동안의 인물들이 모두 모이는 마지막 장에서의 느낌은 장난이 아니었다.
 이게 단순히 구성원들이 모이는 수준이 아니라, 개성이 뚜렷한 각 인물들이
줄기가 되는 시나리오에 각각 휘말리면서 모이게 되는 것인지라 마지막 장에 와서 용사가
등장할 상황이 되면 그 줄기 시나리오에 대한 몰입도가 몇배로 커져 있었고,
인물들 역시 그냥 놀다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동안 직접 진행하던 인물들이 모이는 거라
진정으로 용사가 되어 파티를 구성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물론, 이 캐릭터 저 캐릭터 정 붙일 시간도 없이 그냥 정신 없이 진행하다가 모인다...라는
부작용으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긴 하겠다.
 DQ4는 지금도 드래곤 퀘스트 하면 팬들이 손 꼽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작품인데,
이번 리메이크작은 확실하게 말해서 원작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2D와 3D의 조화를 꾀한 그래픽
 FF시리즈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그때마다 확연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에 반해 DQ시리즈는 언제나 친숙한 느낌이 우선인데, 그게 리메이크에도 반영이 된 듯 하다.
 기본적으로 원작의 2D 느낌을 내는 월드맵이지만, 마을이나 던젼에서는 3D로 전환되는데,
방식만 3D이지 그래픽은 나름대로 2D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듯 하다. 3D의 경우,
FF 리메이크들과 다르게 회전이 가능해서(언제나 가능하진 않다) 정말로 3D라는 느낌.
 인물들의 그래픽도 과감하게 3D로 바꿔버린 FF 리메이크들과 달리, 2D 시절의 느낌을
재현하고 있다. 이런 것도 FF와 DQ의 차이겠지. ^^


-열심히 활용하는 듀얼 스크린
 FF3에서 1년 정도 뒤에 발매된 덕분일까? 듀얼 스크린의 의미가 없다시피한 FF3와 달리,
확실하게 듀얼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다.
 월드맵에서는 상단에 전체 지도가 표시되며, 던젼이나 마을 등에선 상단 스크린에까지
던젼을 같이 표시해서 시원시원해 보인다.
 전투 장면에서도 캐릭터 정보를 상단으로 빼서 제대로 활용...
 개인적으로 듀얼 스크린을 다 활용하는 던젼 화면보다는, 그냥 한쪽에는 오토맵핑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
 나이가 들어서인지, 지도 찾는게 정말 고역이다.

 
-최고의 클리어 보너스!
 DQ4는 여러모로 FF와도 다르고 다른 DQ 시리즈에 비해서도 독특한 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데스피사로라는 캐릭터다.
 보통 RPG에서 최종 보스는 맛이 간 미치광이 마법사나 과학자,
아니면 그냥 옛날 옛날 봉인된 마왕이나 그런걸 초월한 어떤 존재...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라스트 보스가 왜 라스트 보스인지 실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야그다.
그냥 뜬금없이 힘을 얻어서 세상을 쓸어 보자라던가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라던가,
모든 세상을 무로 돌려 보겠다던가 등등...
 그에 반해, DQ4의 보스인 데스피사로는 확실하게 차별이 되는 존재로,
극중에서 그가 인간을 미워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내용들이 스토리로 이어지고
또 그것이 비교적 감성을 자극할만한 비극이기에 여느 라스트 보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식의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중간 보스급 비중이거나
아니면 그저 에피소드 하나로 다뤄지고 마는 정도에 그치는 게 보통이었다)
 DQ4 DS의 클리어 보너스는 바로 그 데스피사로에 관한 것!
  확실하게 스토리에 어울리는, 일종의 진정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인지라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은 상상 초월! 본편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진정으로 둘도 없을 선물이다.

 단... 이건 DS판의 승리라고 하기는 어렵다는게 흠이다.
 이 데스피사로의 내용이 추가된 것은 이미 예전에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발매된
PS판 DQ4에서 보여진 것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DS판은 재탕에 불과하다.
 그래도 DS판만의 요소들이 있고, 이 이상의 군더더기를 덧붙이지 않았다는 점 등에선
박수를 줄만 하다.

 암튼 클리어 보너스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플레이 해본 세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였고,
그동안 즐겨온 수많은 게임들의 추가 요소 중에서 단연 손꼽을만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충실하게 살려낸 개성적인 캐릭터들
 드래곤 퀘스트 하면 역시 아키라씨의 일러스트인데... FC와는 비교할 수 없는 DS의 성능으로
그런 아키라씨 일러스트를 활용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일단 보기에도 좋고...
 원작의 캐릭터들의 개성도 제법 잘 재현해 내고 있다.
 그립감의 채찍을 손에 든 아리나 왕녀의 공격은,
전사로 뼈가 굵은 라이언이고 세계 평화를 지킬 용사고 간에 모두 다 나부랭이 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후덜덜한 위력! ^^




 그리고 이것이 바로 FF4...
 지금이야 FF하면 실시간 전투가 기본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 ATB(Active Time Battle)의 시초가 바로 이 FF4였다.
 당시로서는 빠방한 SFC의 위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게임 자체도 종합적인 평가에서는 몰라도, 스토리 면에서는 올드팬들에게선
최고의 지지를 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DS 리메이크판은 실제 게임 내 진행은 SD도 아니고 등신대도 아닌,
오른쪽 그림과 같은 캐릭터들이 활약하고 정면에 보이는 등신대 캐릭터는
오프닝 동영상에 등장한다.

 FF4는 사실 자금에 와서 즐기기에는 에로사항이 꽃피는 게임이다.
 FF5만 되어도 지금에 와서 즐겨도 즐길만 할 정도로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편의를
많이 고려해서 만들어졌기도 하고 SFC의 성능을 어느 정도 살려내던 시기의 게임인지라
여러모로 봐줄만 하지만... SFC의 초기에 나온 이 FF4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편의를
별로 고려하지 않은 수준인데다가(엄밀하게 말하면 그 당시의 게임들에 비해서는
많이 고려한 수준이다. 과거 게임들이 얼마나 불친절한지는 다시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
스토리는 킹왕짱이지만 주인공이 중간에 레벨 1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에 리메이크의 등장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T T


-3D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그래픽
 FF3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한심한 3D를 보여준 것에 비해, FF4는 그보다 좋아졌다.
 회전 기능이 없이도 진행에 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듀얼 스크린의 진정한 활용!
 구색을 갖추지도 못 했던 FF3와 달리, FF4는 확-실-하-게 듀얼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다!
 던젼 등에선 상단 스크린을 오토 맵핑으로 활용해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고,
전투에서도 두개의 스크린을 모두 활용해 전투와 정보를 표시하는등,
FF3와는 다르다, FF3와는! ^^


-NDS의 한계에 도전한다!?
 FF3는 여러모로 놀라운 모습들을 보이는데, 항상 시대 기술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스퀘어의
명성을 간만에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우선 놀라운 퀄리티의 오프닝...에다가 중요한 이벤트에서는 대사에 음성 지원이 되고,
보컬곡까지 넣어져 있는걸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물론, 발매일이 꽤 된 작품이니만큼,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보다 더 한계에 접근한
게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도 좋은 멜로디이긴 했지만, 보컬곡의 감동은 크아~ T T


-여러 단점 아니, 아쉬운 점들...
 전체적으로 볼때 완벽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FF4지만,
그렇다고 진정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우선 캐릭터 표현의 문제... 아예 SD도 아니고 그렇다고 등신대도 아닌 캐릭터들은 뭔가 좀
괴리감을 준다고나 할까... 오프닝에서 그렇게 폼 잡아 놓고는 본편에서는 아이들 같은
느낌이라 살짝 괴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편의적인 문제... 대표적으로 커서 위치를 기억하는 메뉴가 없었다.
DQ4는 물론, FF3조차 갖추고 있는 건데, FF4에 그게 없다니 너무 황당했다.
특히, FF4의 경우 ATB 방식인지라 더욱 커서 위치 기억이 필요한데 말이다.
 듀얼 스크린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소환수들의 연출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소환수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런 초존재가 전투의 현장에 소환된다는 것이지,
딴나라에서 놀고 있는 소환수의 모습을 보고자함이 아니다. 전투가 펼쳐지는 곳에 나타나서,
그곳의 적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와야 소환수의 느낌이 사는데,
이건 뭐 그냥 소환수는 전용 공간(?)에 지 멋대로 나왔다가 사라지고,
전투 화면의 적들에게는 뜬금없이 데미지만 표시 되고... 참 아쉬웠다.








 FF vs DQ 논쟁(?)이나, 분명히 존재 하는 여러 단점들은 일단 제쳐 놓고 즐겨도 좋을 정도로,
이 세 작품들은 모두 (올드팬인 내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추억 속의 수많은 고전들... 그걸 차마 꺼내 보지 못 하는(예전 천사의 시 2 이야기와 같은 맥락)
고민을 이렇게 해소해 주는 방법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플레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의미라면... DQ 시리즈에 대한 시각 변화였다.
 난 전통적으로 FF 쪽을 즐기는 편으로, FF 킹왕짱 DQ 즐!...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암튼 DQ 시리즈보단 FF 시리즈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작들을 즐기며 그런 생각에 적잖은 변화가 왔다.
 아니, 예전부터 생각하던 것에 방점을 찍었다고나 할까...

 진정으로 게임을 만드는 쪽은 DQ의 에닉스가 아니었나 싶다.
 당장 보기에는 FF의 스퀘어 쪽이 그럴싸 보이긴 한다. 특히, 시대를 선도했던 점은
뭐라 하든 간에 일종의 업적이며 장점인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러나, 최신 기능이나 새로운 시도 기능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 핸드폰이 좋은 핸드폰은 아닌 것처럼,
그런 스퀘어의 시도들이 정말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냐...라는 건 아닌 것 같다.
 최근의 시리즈는 모르겠지만, DQ의 전투는 1인칭 시점이다.
 FF의 전투는 물론 3인칭 시점이다.
 그냥 보기에 전자는 사실 장점이 없어 보이는 방식이다.
주인공들의 다양한 액션이나 무기, 마법 효과 등을 생략하기 위해 사용했나 싶은 방식이다
(사실, 초기에 이런 방식이 나왔던 것은 시대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던건 사실이다).
 그에 반해 후자인 FF의 전투...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FF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전투 장면은 항상 화제였다. 점점 그럴싸해 지는 그래픽, 화려한 전투 효과와 소환수 등등...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게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랐던 방증인 것 같다.
 FF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화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런 경향이 비교적 약했던 올드 시리즈와 이후의 시리즈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 진다.
특히 PS2이후의 시리즈들... 지인 집에서 플레이 하던 모 시리즈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FF를 하면서 내가 졸고 있던 것이다!!! -.-;;;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직접 플레이를 하는 부분은
거의 없이(대사 넘기는 버튼 누르기 정도?) 그냥 화면에서 펼쳐지는 비주얼 노블을 읽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캐릭터들이 폼 잡고 대사들을 날리고 여러 상황들이 펼쳐지지만,
그건 철저하게 남의 일이 되어 있던 것이었다.
 DQ는 그에 반해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든다.
 FF시리즈에 비하면 DQ 시리즈는 자동 진행 부분이 놀랄만큼 적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건 그만큼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에 몰두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투 방식도 1인칭 시점은
화려함은 없을지 몰라도 실제로 내가 적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은 강한 방식이다.
FF의 전투는 남의 싸움이지만, DQ의 전투는 나의 싸움...이랄까.
 캐릭터들의 대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드러난다. FF는 주인공이건 파티원이건 간에
상황에 걸맞는 대사들을 줄줄 쏟아 내지만... 아무리 고뇌하고 괴로워 해도 그게 남의 일인 것이다.
몰입하게 된다고 해도 그건 결국 게임을 직접 즐긴다기보단 영화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DQ는 주인공의 대사가 없다(모든 시리즈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썰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그만큼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얘기라기보단, 이번 리메이크작을 연속으로 하면서
추억에 잠겨 있던 생각들을 재정리하게 되었고, 그러보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시각에서도 보게 되었다...라는 측면의 얘기다. FF vs DQ의 상황을 여기서까지
재현할 생각은 없다.
 암튼 이 리메이크작들이 최고의 걸작이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구태의연한 우려먹기라는 비판을 받거나 원작의 추억을 망가뜨리는 막장 리메이크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는 점은 확실할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진정한 리메이크작들을 보다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

흉내쟁이 고고를 쉽게 잡아 보기 - FF5

흉내쟁이 고고...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그중에서도 올드 시리즈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아마 잊지 못 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흉내쟁이 고고일 것이다.

 파이날 판타지5, 즉 FF5에서 첫등장한 걸로 기억하는데 캐릭터 자체가 아주 독특했다.
 무협지나 소년지 만화에서 엄청나게 센 캐릭터 유형 중의 하나가 상대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인데, 바로 그것을 게임에서 재현한 것이 흉내쟁이 고고로,
바로 직전에 행동한 동료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다.
 적의 행동을 재현하는 것은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무서워서,
직접 공격을 당했을 경우 엄청난 데미지로 반격을 해 주고,
마법 공격을 당했을 경우 게임 최강의 마법인 메테오로 반격을 하니,
차라리 그대로 돌려주는 쪽이 훨씬 고마울 지경이다.

 암튼 독특한 흉내쟁이 테마 음악과 함께 독특한 이미지로 등장해서,
독특한 말투로 독특한 전투 능력까지 보여 주니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FF5의 (비교적) 숨겨진 직업으로, 이 흉내쟁이까지 모두 마스터 해야 스핑 마스터가 될 수 있다.
(모든 직업을 마스터해야 스핑 마스터가 되기 때문에, 흉내쟁이란 직업을 얻지 못 하면
스핑 마스터가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얻는 방법은 게임 후반에 엑스데스에 의해 주인공이 세계와 가라프의 세계가 합쳐진 후,
비공정에 잠수함 기능이 추가된 후에 가라앉은 윌스탑으로 들어가서 고고와 싸워 이기면
직업에 추가가 되는데... 사실 FF5 시절에는 고고와 싸워서 이기는 사람은 못 봤고,
게임잡지의 분석대로 흉내쟁이를 이기는 궁극의 방법인 무위의 기술을 구사...한다는
거창한 소리가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흉내낼 꺼리를 얻지 못한 고고가
스스로 자멸하는 걸로 직업을 얻는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여러가지로 호기심과 도전의 동물인지라, 고고에 정면 승부를 거는
사람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고고도 직접 대결을 통해서 흉내쟁이 직업을 얻는 방법도
선택이 가능하게 되었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스퀘어에닉스에 있습니다 ]
  물속에 가라앉은 윌스탑에 들어 오면 7분인가의 제한 시간이 주어진다.
 아무래도 물속에 있는 맵이다 보니, 숨쉬는 제한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나 보다.
 심지어 필드에서 메뉴 화면을 열어서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장비를 바꾸거나
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흐른다. 때문에, 고고와 싸울 준비를 모조리 마친 후, 저장을 하고
그 다음에 윌스탑으로 들어오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가장 아래층까지 내려 오면 이렇게 크리스탈 조각이 기다리고 있고,
대화를 시도해서 싸울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꽤 흥미롭다.
 작품에서 그야말로 별별 세계를 다 다니는 주인공들인데... 심지어 차원의 저편까지
넘어 가고 현실인지 아닌지 모를 이상한 세계까지 다니는 주인공들인데,
고작해야 겨우 물 속에 들어간 것 가지고 이런 제한이라니? ^^



이놈이 바로 흉내쟁이 고고...
하기에 따라선 꽤나 어려울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고고 최강의 어빌리티(?), [수다] 때문이다.
전투 들어가면 저렇게 자기 소개를 하며 주는대로 받아친다고 경고를 하는데만 시간을 한참 잡아 먹고,
HP가 어느 정도 깎이면 매 턴마다 니들 가만 안 두겠다고 찌질대면서 또 턴마다 시간을 잡아 먹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간 가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라면야 저 시간이 참 허벌나게 길지만,
고고와 싸울 생각이라면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닌지라 고고의 주둥아리를 막아버리고 싶은 생각뿐이다.



통상 알려진 고고 때려 잡는 방법은 고고의 패턴을 이용한 대응 방법으로,
직접 공격을 받으면 고고가 연타나 크리티컬 등 직접 공격으로만 반격을 하는데,
마법 공격을 받으면 고고가 메테오나 홀리, 프레아 등 마법 공격으로만 반격을 하는걸 노린다.
 즉, 적의 MP를 흡수하는 마법인 아스필을 마법검으로 건 후,
양손에 무기를 들면 한턴에 8번 공격이 가능한 난타로 후려쳐서 고고의 MP를 다 뺏어 버린 후에
마법 공격을 하면 MP가 없는 고고가 반격을 하지 못 하는 걸 유도하는 방법이다.

 마법검 아스필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법검사의 마법검을 익혀야 하고,
그건 마법 아스필을 구입한 후에 가능한데, 아스필을 구하는 곳은 신기루의 마을에 있는
마법 상점 뒷문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마법상이 나오고 여기서 구입 가능하다.
여기서 데스, 퀵 등도 구입이 가능하다. 신기루의 마을은 세계가 합쳐진 후 하단 오른쪽에 있는
섬의 작은 숲 속에 있고, 여기서 검은 쵸코보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마법검 아스필로 후려치기 시작할 무렵의 흡수치... 어마어마한 MP 수치다!



  하지만 후려치면 칠수록 흡수량이 줄어들어 몇턴 지나면 화면처럼 팍 줄고,
계속 때려 대면 결국 흡수 수치가 0이 되는 때가 온다. 그러면 이제 마법으로 두들겨 패면 끝...
 바하무트의 메가 프레아보단, 역시 시공마법의 메테오가 데미지는 훨 더 나와 준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방법은 아니다.
첫째로, 난타를 때리는만큼 고고의 직접 공격을 맞아야 하는데...
레벨을 좀 높여서 체력이 충분해진 다음이라면 모를까 레벨 노가다에 신경 안 쓰고 저렇게 부딪힐 경우,
한방 공격에도 버티지 못 하고 한방에 한명씩 죽는 상황이 보통이다.



  이런 데미지도 흔하게 나올 정도로 고고의 직접 공격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시간이 문제다. 체력 좀 깎이면 턴마다 수다를 떠는 고고의 수다는 정말 덜덜덜이라,
고고의 수다만 보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실컷 잡았더니 텔레포 써서 던젼에서 빠져 나가기도 전에 시간 다 가서 죽어 버리면 패드 던지고 싶다.



그래서 좀 다른 방법은 없나...했더니, 역시나 있었다.
적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 하도록 만드는 마법 사이레스로 마법검을 걸어서 난타를 후려치면,
쉽게 사이레스가 걸린다. 원래 이런 상태 이상 마법은 강적에게는 거의 걸리지 않는데,
난타같이 많은 숫자로 밀어부치니 통한다. 가만, 원래 고고가 마법검 사이레스에 약한 건가? ^^;;;
이렇게 되면 고고가 MP가 아무리 많아 봐야 마법을 쓸 수 없으니... 그냥 잡으면 되는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전사 계열 2명이서 난타 후려치면 1턴에 16번을 때리는 건데, 그 1턴안에 사이레스가
안 걸리는 게 이상할 정도의 많은 숫자인데다가, 고고의 살인적인 직접 공격의 피해를 팍 줄이는 것은 물론,
고고의 살인적인 수다도 느긋이 즐길 수 있을만큼 시간도 빨리 빨리 해결이 가능하다.
 여러모로 고고가 장난감이 되는 순간이다. ^^




 버그성 기술(FF6에도 유명한 버그성 기술이 있는데, FF5에도 비슷한 버그성 기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건 절대 봉인~)이 아닌 정석 플레이로도 이런 게 가능하다.


 FF5에선 이렇게 직업만 주고 사라지는 고고지만,
직업이란 개념이 없는 FF6에선 직접 동료가 되기도 한다.


 사실 난 흉내쟁이란 직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RPG에서 전사 계열을 선호하는 성격탓도 있고,
아이템까지 커맨드를 지정해야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무기와 방어구의 장비에 제한이 많고,
스핑처럼 마스터한 직업의 장점들이(예를 들어 체력의 최대 수치를 늘리는 어빌리티가 있는 직업을
마스터하면 스핑 상태에선 그 어빌리티 장착 안 해도 자동으로 효과가 있다) 적용되지도 않는 점은 영...
 커맨드를 그렇게 많이 고르는 장점과 다른 제약을 저울질 해 보면 차라리 스핑이 훨 나은 느낌...


 암튼 간만에 즐기는 FF5는 역시 재미있다. 우정과 모험의 플레이~
 오메가나 신룡도 이제는 장난이고... 오메가 한턴에 이어서 신룡도 한턴에 털어봐야지. ^^ 






*** 참, 난 이 흉내쟁이란 캐릭터의 원형을 이전에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같은 스퀘어에서 예전에 SFC 초기에 발매한 로맨싱 사가1에서 겪어 보았다.
 최종 보스인 사루인(추억의 보스 중에서 꽤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카리스마를 갖춘 보스에 속한다)으로,
이 캐릭터는 싸우는 패틴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흉내쟁이였다.
 참격 기술로 때리면 참격 기술로, 마법으로 후려치면 마법으로 반격하는 게
나중에 나온 FF5의 흉내쟁이와 완전히 같은 패턴이었다.
 같은 제작사이니만큼, 흉내쟁이란 캐릭터의 개발 단계에서의 프로토 타입이었을까.
 암튼 그래서 난 FF의 흉내쟁이를 보면 뜬금없이 로맨싱 사가가 떠오른다.
 로맨싱 사가1의 사루인이 주인공들에게 봉인당한 후, 시공의 강을 넘어 등장한 것이
FF의 세계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 ***.